삶은 예고편이 없다. 예기치 못한 일이 갑작스럽게 닥친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아무 일 없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간절하게 바라보지만 돌아갈 수 없다. 아이가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단지 감기에 걸렸을 뿐이었는데. 진단서 한 장은 우리 가족의 삶을 180도 바꿔 놓았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아이가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삶을 포기할 용기조차 없었다. 나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아이의 치료를 돕고, 아이의 병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뇌전증 인식개선활동가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아이의 병을 꾸밈 없이 알리고, 뇌전증을 외친다. 뇌전증을 알려 많은 사람들이 뇌전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다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고 없이 닥치는 일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프롤로그
물컵을 주지 말 걸 그랬다
내 삶에 절벽은 없을 줄 알았어
숨 쉬는 일조차 당연하지 않은 이유
예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나
그런 지우개 있으면 좋겠다
수현이가 숙제를 하면
그저 삶이다
왜 이상하게 쳐다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기지 않겠다
뇌전증, 이상한 병이 아니다
친구들아 고마워
내가 나아갈 길
뇌전증 발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까요?
나는 퍼플라이저 입니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