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그려낸 작가, 화가이자 작가인 흄 니스벳이다. 화가라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등장인물과 미술을 모티프로 삼은 것을 넘어 서사를 화폭에 담아내듯 전개한다. 인상적인 뱀파이어 단편인 「뱀파이어 소녀」와 「낡은 초상화」가 대표적인 예. 이번 작품집에는 이 두 단편 외에 오컬트 색채가 짙은 「악마의 주문」까지 앞서 소개한 세 편에 새로 추가하는 「유령 모델」 총 4편을 묶었다.

「악마의 주문」
단편치고도 짧은 분량. 화이트채플 살인자 즉 잭 더 리퍼를 초자연적인 존재로 그리는 독특한 작품이다. 교령회와 심령주의 등 오컬트의 색채가 강하다.

「뱀파이어 소녀」
전통적인 뱀파이어 단편. 도시의 삶에 찌들고 자신감까지 잃게 된 나는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여행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마음에 딱 드는 황무지의 외딴집 한 채를 찾아낸다. 이곳엔 브루넬 부인과 그녀의 딸 아리아드네 이렇게 모녀 단둘이 살고 있다. 나는 병약하지만 기묘한 매력을 지닌 아리아드네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낡은 초상화」
앞서 소개한 「뱀파이어 소녀」와 함께 흄 니스벳의 대표적인 뱀파이어 단편이다. 영어권 호러 앤솔러지에 심심찮게 실리는 작품으로 예스러운 중고 액자들을 수집하는 화가의 이야기다. 화가인 나는 독특한 액자를 구입하고 거기에 맞는 영감에 따라 새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애초부터 액자를 제외한 원본 그림에는 관심이 없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 이번 액자의 그림만큼은 천박하고 졸렬한 수준의 초상화라는 첫 인상을 깨고 안쪽에 천재의 손길이 느껴지는 또 다른 그림이 숨어있음을 발견한다.

「유령 모델」
런던에서 촉망받는 젊은 인상파 화가인 알가 그레이. 그는 전시회를 앞두고 회심의 걸작을 선보이려고 벼르지만 모델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가 원하는 모델이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비견되는, 너무도 이상적인 여인이기 때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료의 조언에 따라 그가 찾아간 곳은 이스트앤드의 빈민가. 드디어 그는 그곳의 싸구려 술집을 전전하는 한 여자를 보고 단번에 매혹된다. 베아트리체의 환생처럼 순결함을 집약해 놓은 듯한 이 여자, 그런데 생긴 건 천상계인데 하는 짓은 개차반이다. 알코올중독에 돈만 밝히고 인성은 안하무인 쓰레기. 쌍욕을 섞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돈은 다 받아 챙기면서도 모델 일은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다. 이 여자가 이렇게 막가파식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사는 데는 이유가 있긴 하다. 어쨌든 달래도 보고 항의도 해보고, 그레이는 이 모델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오로지 걸작의 탄생을 위해 꾹 참아내면서 그림을 완성해 가는데……

표지
저자 역자 소개
악마의 주문
뱀파이어 소녀
낡은 초상화
유령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