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원 시집 『나는 아직 넘치지 않았다』의 시들은 목소리 높여 무엇을 주장하거나 시인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여백이 많은 여유로운 정서와 비교적 느린 호흡을 통해 독자를 편안하게 언어의 숲으로 이끈다. 김수원의 시는 일상의 사물과 잊힌 장면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 안에 깃든 슬픔과 소망, 생명과 공존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구체화한다. 이 시집은 그림자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는 일을 통해, 우리 각자가 자신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조용한 회복의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회복은 필기체처럼 흔들리고, 나뭇잎처럼 아득히 울린다. "새벽의 숲은 숨을 죽이지/ 아침이 오고 꽃이 아이처럼 아장아장 일어날 때/ 숲은 무엇으로 가득해질까// 숲에 비가 내리면(「숲의 하루」 부분)" 시를 쓰는 것은 이렇듯 언어의 숲을 가꾸는 일이다. 그 언어의 숲에 꽃을 피우고 아이처럼 아장아장 걸어오는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해 김수원 시인은 오늘도 숲에 내릴 언어의 비를 기다리고 있다.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김수원
강원도 영월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문가 과정 수료
2017년 《불교문예》로 시 등단
2019년 《한국시조문학》으로 시조 등단
시집 『바람의 순례』 외 동인지 다수
참여문학상, 계간문예 상상탐구 작가상,
서로다독 작가상, 숲속의 시인상 장원 수상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복지위원,
산림문학 편집위원, 불교문예작가회 부회장,
서로다독 부회장, 계간문예 이사, 인천시인협회 회원,
시산맥 정회원, 내항문학 회원, 중앙대학교문인회 회원,
여성시조협회 회원, 인천시조협회 회원
oh679566@hanmail,n
■ 목차
차례
시인의 말
1부
로키산맥
빛의 사격
봄밤
칼을 위하여
그림자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컵의 깊이
실크처럼
바람의 지도
시계 소리
볼록거울 속의 시
낯선 도로에서
동백이라 했다
과수원 옆에는
콩 이후의 이름
봄밤은
2부
편지의 계절
녹는 꿈
가로등
그늘
회색 문
홍수주의보
비밀의 방
비가 내리는 날엔
저녁의 숲은
자다르 바다
여름에 쓴 책
캥거루 포켓에는
나는 아직도
몸짓들
숲의 하루
여름 편지
돌의 마음
3부
백야
까보 다 로까
청색시대
사이프러스 나무
숲이 생겼다
덩어리 숲
수상한 나라
다음 생에 만나요
빵을 만드는 일
막차
유혹
당신 떠나고, 비
일몰 후기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할 수 있는 것
4부
바람이 지나가며
거미의 일기
빈집 냄새
아버지의 가계부
사거리의 저녁
휘두르는 저녁
데칼코마니
비가 온다, 비가悲歌
적막이 된 집
빗방울
두 개의 계절
엄마와 크레파스
엄마의 잠
진다
잘 가
흔드는 손
작품론
존재의 어두운 그림자와 재생의 공간으로서의 숲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