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깊이와 슬픔의 깊이
강세환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시되었다. 우선 이번 시집은 아픔과 슬픔의 시집이라고 명명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슬픔보다 아픔의 시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특정 장소 이를 테면 원주 세브란스 병원과 강릉 의료원에서 환자의 보호자로서 시인으로서 이렇게 낱낱이 관찰하고 또 관조한 시가 있었을까. 어느 소도시 한가운데 있는 병원에서 그 아픔 앞에서 또 슬픔 앞에서 이렇게 침묵하고 이렇게 기록하고 이렇게 동참했던 시가 또 있었을까.
살아서 아프고 살아 있어서 슬프고 허망하고 무상한 것이 또 얼마나 무겁고 조용한 것인지 복원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슬픈 것과 아픈 것을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찬란한 삶도 애달픈 삶도 어느 특정 공간인 병원에 들어서면 한결같이 더 낮아지고 서러워하고 복잡해진다. 그러나 또 그곳에서도 말(言)이 있고 철학이 있고 독백이 있고 인간극장 편집본 같은 것이 있다. 미발표 신작시 전작(全作) 53편은 아픔과 슬픔과 침묵을 동시에 생각하게 할 것이다.
저 : 강세환 (姜世煥)
1956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 복간되던 해 겨울호에 시 「개척교회」, 「교항리 수용소」 등 6편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했다. 시집 『김종삼을 생각하다』(예서, 2021) 등 10권과 에세이집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상재했다.
제1부
조용한 것은 또 얼마만큼 무거운지/ 원주 세브란스 병원 근처 맛집/ 복도 끝의 침묵에 관한 기록/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우는 자가 없다/ 병원에서의 산책/ 당신의 말/ 누가 인사를 잘 하는가/ 누워 있는 섬/ 휠체어 밀 때 주의사항/ 서러운 것/ 복잡한 것/ 김밥 한 줄에 대한 단상/ 비유의 힘/ 고백/ 자정 무렵의 침묵/ 눈/ 어디서부터 하루가 시작되고 어디서부터 하루가 저무는 것인가/ 소파 딸린 서재 같은/ 복도의 끝/ 어둠처럼/ 여백의 시간
제2부
없음의 철학/ 겨울밤의 힘/ 강릉의료원/ 2리터짜리 페트병의 용도/ 끝은 없다/ 자정을 지나면/ 형광등 불빛만 남은 휴게실/ 새벽 두 시/ 시를 기다리며/ 방금 휴게실에서 들었던 말/ 어느 환자의 독백 1/ 창밖의 나무 1/ 창밖의 나무 2/ 어느 보호자의 미담/ 아픔에 대한 생각/ 병실 복도까지 들리던 말/ 어느 환자의 독백 2/ 병실에서 1/ 병실에서 2
제3부
늙은 코끼리의 운명/ 오늘 밤을 새운 자들을 위하여/ 부질없는 짓/ 죽은 시인의 사회를 위하여/ 한낮의 산책/ 말(言) 1/ 말(言) 2/ 말(言) 3/ 꿈/ 시인의 동네/ 인간극장 편집본 같은/ 간곡한 당부
[시인의 단상(斷想)]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은 없다